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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장으로 보는 스페인 마드리드 여행
    놀멍 걸으멍/2018 스페인 2019. 1. 17. 15:35

    별 기대를 안 했던 마드리드. 착각이었다.  


    여행준비도 별로 안했다. 


    주요 관광지 지도와 프라도미술관을 위한 서양미술사 책을 본 것이 전부.  


    시간이 되면 근교의 톨레도나 가볼까 했지만 세비야로 넘어가는 일정 상 가지 못해 마드리드보다는 톨레도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스쳐지나가는 도시로 생각했던 마드리드에 대한 내 태도는 건방졌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2박 3일의 일정이지만 시간으로 따지면 꽉찬 하루 일정의 마드리드 여행은 프라도와 소피아 두 곳의 미술관과 하나의 공원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마드리드에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마드리드 Barajas 공항에서 시내를 가기 위해 택시를 탈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공항택시가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의 정찰제다. 


    공항에서 호텔이 모여있는 시내까지 약 30분거리인데 가격도 30유로 정도다. 내가 탔을 때는 26유로에 큰 짐 1개당 2유로씩이었다. 


    택시 탈 때 보니, 어느 젊은 일본인이 택시 안내직원과 계속 싸우더라. 미터택시만 타겠다고. 


    직원은 여긴 미터택시가 없다고 계속 말을 하고. 


    정찰제임을 알려주고 싶었으나 내 말도 안 믿을 것 같아 그냥 갈 길을 갔다. 


    마드리드에서 이용한 호텔은 인투르 팔라시오 산 마르틴호텔로 솔광장까지 도보로 약 5분거리의 괜찮은 위치다.  



    역사가 깊은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호텔로 만든 곳으로 가격은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 


    3성급의 무난한 인테리어, 무난한 객실, 무난한 편리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출처:부킹닷컴>


    다만 호텔 옆 건물이 가톨릭 수도원이다. 


    밤과 새벽에 시간에 맞춰 은은한(?) 종소리로 시차적응이 안된 첫 날의 잠을 설치게 만들었다. 


    게다가 건물 뒷 편은 술집과 식당들이 몰려있어 밤새도록 시끌벅적한 소음에 시달렸다. 주말이라 그럴지도. 


    원래 예약했던 숙소는 다른 호텔이었는데 페이백이 되는 프로그램이 있어 이 호텔을 이용하게 되었다. 


    위치는 참 좋다. 


    걸어서 3분거리에 마드리드에서 유명한 츄러스 맛집이 있다. 



    5~10분정도 웨이팅을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현지인들도 많은 편. 



    츄러스를 만드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는데 밀가루 튀기는 냄새와 함께 침을 흘리게 만든다.  


    그러나. 맛은. 음. 


    한국식 츄러스의 맛은 아니다. 찍어먹을 수 있는 초컬릿을 함께 주는데 초컬릿이 있어야 먹을 수 있을 듯 하다. 


    엄청 황홀한 맛일거라 기대했으나 본토의 맛은 한국과는 다르다. 이후로 스페인 여행을 하며 츄러스는 먹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솔광장에도 나름 예쁜 트리가 세워졌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채우고 있다. 


    솔광장에는 크리스마스마켓은 없고 걸어서 5~10분 거리의 마요르광장에 세워진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별게 없다. 동유럽과는 확실히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 


    마요르광장 크리스마스마켓에서는 위에 보이는 빨간 건물 창문에서 무슨 공연이 열린다고 했는데 직접 보지는 못했다. 


    솔광장 위쪽에는 쇼핑으로 유명한 그랑비아 거리가 있다. 자라나 망고 같은 브랜드 대형매장이 많다. 


    패션브랜드 매장은 쇼핑이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다. 


    쇼핑은 포기하고 서점에 들려 지인에게 부탁받은 책을 사고, 화려한 디자인의 2019년 파울로 코엘료 다이어리가 있길래 사왔다. 


    마드리드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 호텔 근처 카페에서 아침을 먹고 프라도미술관까지 걸었다. 솔광장에서 프라도미술관은 도보로 약 20분. 



    솔광장의 유명한 곰을 만나고



    세르반데스 아저씨 곁을 지나.


    (라만차는 가보고 싶었지만 일정이 짧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돈키호테가 관광상품으로 개발되어 있지 않았다)



     고야 아저씨를 만나면 프라도미술관이다. 


    프라도미술관은 내부사진촬영금지이다. 


    생각보다 규모가 상당한데 보고싶은 화가를 중심으로 둘러보면 약 2시간~3시간 정도가 걸린다. 


    미술에는 문외한이지만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에서 봤던 벨라스케즈나 고야의 그림을 마주할 수 있어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사전에 조금만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하고 간다면 해설투어를 신청하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전문가의 해설을 듣는다면 좀 더 특별한 시간이 될 듯하다. 


    보통 마이리얼트립을 이용할텐데 꼭 미술전문가의 해설투어를 선택하시길. 다들 전문가라고 하는데 미술이나 미술역사 전공 가이드는 많지 않은 것 같아 나는 선택하지 않았다. 


    가이드가 없어도 프라도 미술관의 대표화가들인 벨라스케즈, 고야, 엘 그레코 등은 워낙 유명해 보는 즐거움이 있었고, 보티첼리, 카라바조, 안젤리코 등 또한 좋았다. 


    의외로 가장 좋았던 그림은 루벤스의 작품들이었다. 유명한 삼미신 뿐만 아니라 루벤스의 다른 작품들도 눈과 마음을 행복하게 해주었다. 


    플랜더스의 개 파트라슈와 네로가 루벤스의 그림을 왜 그렇게 보고파했는지 이해가 된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벨기에 어느 성당의 루벤스 그림을 보러 가리라. 


    프라도미술관을 나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 근처에 공원이 있어 들어간 곳이 바로 레티로공원이었다. 





    솔직히 일정에 있던 공원이 아니기에 어떤 공원인지도 모르고 그냥 사진처럼 작은 오솔길이 예쁘기에 들어간 곳이 레티로공원이었다. 



    공원 참 예쁘네라는 생각으로 좀 더 들어가보니 잘 관리된 엄청 큰 소나무도 많고 사람들도 점점 많이 보였다. 


    과거 왕궁정원이었던 곳으로 그 규모가 엄청나다. 일부분만 걸었음에도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꽤 넓은 호수에서 사람들은 보트를 타고, 공원 곳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하고, 산책을 하고 햇빛을 마주하고. 도심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서울의 올림픽공원이나 서울숲처럼. 


    우리 집 앞에는 탄천이 있다. 하하. 



    공원 앞 계단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냈던 적당히 쌀쌀한 기분 좋은 날이었다. 


    걷고 쉬고 이야기하다 계획에 없던 소피아 미술관을 가보기로 한다. 


    레티로공원에서 소피아미술관까지는 걸어서 약 20~25분. 가는 길이 예쁘다. 




    일정에도 없던 소피아 미술관을 간 이유는 살바도르 달리였다. 이상하게 달리 그림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피카소를 그닥 좋아하지 않아 달리와 호안 미로의 그림을 보러갔는데 정작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감동받고 왔다는. 


    (생각보다 달리의 작품은 많지 않다) 


    게르니카를 처음 마주했을 때 일단 작품의 크기에 놀랐다. 생각보다 크더라. 


    해설을 듣고 그림을 본 후 꼭 게르니카 뒤편 벽면에 게르니카가 완성되기까지의 스케치 연작을 보시라. 이 연작을 보면 게르니카가 좀 더 쉽게 다가온다. 


    게르니카를 봤을 때 머리 속에 떠오른 영화가 있었다. 바로 기에르모 델 토로 감독의 '판의 미로'였다. 


    피카소의 인생과 스페인 내전의 역사에 대한 짤막한 해설과 '판의 미로'에서 느껴진 생각들이 게르니카 앞에서 좀 더 생생하게 그려지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바르셀로나에서 카탈루냐의 역사, 피카소가 가우디를 싫어했던 이유, 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이야기를 들을 때 게르니카가 떠올려졌다. 

      

    소피아 미술관을 나와 늦은 점심 겸 저녁으로 맛집인 minibar를 갔다. 식당 이름이 minibar다. 




    마요르 광장 바로 옆에 있는 이 식당은 트립어드바이져에서 꽤 높은 순위를 자랑한다.  


    지하의 이 식당은 벽면이 남여성기그림으로 도배가 되어 있어(외설적이지 않다. 익살스럽게 그려놨다) 처음 들어갔을 때 역시 유럽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하. 



    이 식당의 다른 타파스 메뉴도 맛있지만. 사진에 있는 염소 치즈에 꿀을 뿌려 나온 이 요리 맛있다. 정말 맛있다. 그리고 스페인 맥주 맛있다. 정말 맛있다.  


    Minibar 바로 앞에는 스페인 전통과자 뚜론으로 유명한 가게 Vicens가 있다. 여러 곳에서 뚜론을 먹어봤지만 여기 뚜론이 제일 맛있고 종류도 많다. 


    기분 좋을만큼 술에 취해 마드리드의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세비야로 가기 위해 렌페를 타러 마드리드 중앙역으로 갔다.


    역 안에 큰 규모의 식물원이 크게 있다. 특이하긴 하다.   




    렌페역 카페에서 맛없고 비싼 아침을 간단히 먹고. 전광판에서 우리가 탈 기차를 확인하고(약 20분전에 플랫폼이 나온다) 짐검사를 하고 기타에 탔다. 


    기차는 빨리 타시라. 캐리어를 놓는 공간이 부족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제 세비야로 간다. 


    이 한 장으로 마드리드 여행 이야기를 끝낸다. 


    나만의 여행일기장 같은 곳이지만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특히 소피아 미술관을 가지 않으려는 사람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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