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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장으로 보는 캐나다 록키 여행
    놀멍 걸으멍/2017 캐나다(밴쿠버+록키산맥) 2019. 1. 31. 16:55

    참 빨리도 쓴다. 캐나다 여행. 


    1년 하고도 3개월이 지나 기억을 더듬으며 글을 쓴다. 


    게으름은 나랏님도 못 고친다더니 나를 두고 한 말이지 싶다.  


    가을이니 단풍을 보고 싶었다. 


    유키 구라모토의 레이크 루이스를 들으며 루이스 호수를 보고 싶었다. 


    록키의 야생동물 그 중에서도 경이롭다는 거대한 사슴 무스를 보고 싶었다. 


    하늘이 허락한다면, 내 전생의 3대가 덕을 쌓았다면 오로라를 보고 싶었다.


    록키는 캐나다의 서쪽이다. 캐나다 서쪽은 노란 단풍이다. 




    빨간 단풍을 보려면 드라마 도깨비로 유명한 동부 퀘벡으로 가야 한다. 


    노란 단풍은 실컷 봤다. 물론 아름답다. 


    유키 구라모토의 레이크 루이스를 들으며 루이스 호수가를 거닐었다. 행복했다. 


    무스, 곰, 사슴 못봤다. 그나마 산양은 봤다. 주구장창 까마귀만 보이더라. 까마귀 정말 많다. 


    오로라 못 봤다. 오로라보려면 록키 북단의 엘로우 나이프로 가야 한다. 매일 밤 혹시나하며 오로라 지수를 확인하고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바라봤지만 밴프나 캔모어에서는 못봤다. 


    생각해보니. 예전 지리산에서 어렵사리 일출을 본 이후로 여행에서 운이 줄어들었다. 이번 여행도 그랬다. 


    하지만 심장뛰게 아름다웠다. 록키. 



    록키는 벤쿠버에서 1박을 하고 캘거리공항을 통해 넘어왔다. 벤쿠버 이야기는 다음에. 


    참고로 벤쿠버와 캘거리를 오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록키산맥 진짜 아름답다.


     


    캘거리공항에서 SUV를 렌트하고(이전 포스팅 참고) 레이크 루이스로 차를 몰았다. 



    캘거리공항을 빠져나와 록키산맥으로 가는 하나밖에 없는 고속도로로 들어갔다. 


    레이크 루이스까진 약 3시간.


      


    처음에는 노란 단풍만 봐도 탄성이 나오다 점점 익숙해져 왠만한 경치론 만족할 수 없었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밴프 국립공원 입구를 통과하면서부터 환상적인 경치가 펼쳐진다. 


    레이크 루이스에 대한 기대가 한껏 올라간다. 


    내가 갔을 때는 캐나다 건국 100주년으로 한국에서 국립공원 프리패스를 신청해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당연 돈을 주고 밴프국립공원으로 들어가야 한다.


    레이크 루이스의 작은 휴게소에서 주유를 하고(주유방법은 국내 셀프주유소와 동일하다. 어렵지 않다) 산길을 따라 레이크 루이스로 향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루이스 호수로 걸어가는 길은 나무에 가려 호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갑자기 짠!하며 레이크 루이스가 내 눈을 채운다. 



    둘 다. 낮은 탄성 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호숫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서로 얼굴을 보며 웃기만 했다. 


    오. 뇌 속 해마가 아직 기능을 하고 있구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벤치에 앉아 이어폰을 나눠끼고 유키 구라모토의 레이크 루이스를 듣는다. 


    꽤 쌀쌀했지만(실은 추웠지만) 지금 기억에도 행복하고 편안했던 시간과 장면으로 남아있다. 


    오늘 숙소는 레이크 루이스 바로 옆 페어몬트 샤토 호텔이었으면 좋겠지만 그 뒷편 디어 롯지이다. 



    오래된 장식의 인테리어와 어두운 색 계열의 나무로 지어져 있어 밤에는 조금 무섭긴 하다. 가끔씩 롯지 정원에 사슴이 나온다는데 사슴은 보지 못했다. 기다렸는데. 


    디어 롯지는 레이크 루이스까지 도보 5분거리로, 레이크 루이스를 여행의 메인으로 잡는다면 추천할만한 숙소다. 보통 밴프나 캔모어에 숙소를 잡는다 했다. 


    암튼. 체크인을 하고 레이크 루이스(마을)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산이라 그런가 밤이 되자 기운이 떨어져 온 몸이 떨린다.  


    레이크 루이스 마을에는 식당이 별로 없다. 


    레이크 루이스 휴게소에 있는 식당은 왠지 가기 싫어 찾아간 곳은 레이크 루이스 기차역을 리모델링해서 만든 식당 Lake Louise station restaurant이다. 



    엔틱한 인테리어에 벽난로가 있어 포근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덜덜 떨리는 몸을 양파수프가 따뜻하게 녹여줬고, 치킨 스테이크도 맛이 좋았다. 어딜가든 치킨은 배신하지 않는다. 


    기억이 가물하긴 한데 사슴인지 소인지 모를 어떤 고기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는 고기냄새가 너무 심해 도무지 먹을 수 없었다. 


    식사를 하고 롯지로 돌아와 옥상에 있는 노천 스파에 갔다. 디어 롯지의 장점!  



    7~8명이 들어갈만한 크기의 스파로, 소독약 냄새가 좀 나긴 하지만 온도는 한국 목욕탕 온탕 정도로 따뜻하다. 


    몸은 따뜻하고 얼굴에는 맑은 공기의 찬바람이 불고 하늘에는 별이 떠있었다. 


    지금도 그때의 몸과 마음의 감각이 떠올려진다. 그만큼 좋았다. 


    어느 중국인 모녀와 같이 스파를 했는데 모녀가 간 이후에는 부부만 오롯하게 스파를 즐길 수 있었다. 


    그렇게 레이크 루이스의 첫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루이스 호숫가를 산책하다 모레인 호수로 이동. 하지만. 


    여행의 기점을 레이크 루이스로 잡았기에 루이스 호수는 3~4번 보게 되었으나 모레인 호수는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분하다. 


    꽤 이른 아침임에도 모레인 호수로 올라가는 길은 이미 만차로 막혀있다. 


    도대체 얼마나 빨리 일어나야 한다는 말인가. 아직도 이해불가. 


    갈 수 있는 방법은 레이스 루이스 휴게소에서 셔틀버스를 타야 하는데 비용도 만만치 않고 다른 일정과 꼬이는 바람에 과감히 포기했다. 물론 2~3번의 시도를 했지만 포기. 너무 아쉬웠다. 


    록키산맥에서 레이크 루이스가 가장 유명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호수는 모레인 호수라는 말을 들었는데 사진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마 록키는 또 가게 될 것 같은 강한 촉이 온다. 그때는 모레인 호수와 재스퍼를 꼭 가보려 한다. 


    이제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뭐 세상에 그런 곳은 천지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꼽힌다는 콜럼비아 아이스필드로 향한다. 


    가는 길에 유명한 호수나 뷰포인트가 많다. 구글맵이 되긴 하지만 필요 없다. 


    1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차들이 세워진 곳이 있으면 둘 중 하나다.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는 곳이거나 야생동물이 나타났거나. 그냥 차를 세우고 주변으로 걸어들어가면 된다. 


    콜럼비아 아이스필드까지 가는 길. 차를 멈추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꽤 걸렸다. 






    까마귀는 자주 볼 수 있다. 뭐가 있나 싶으면 까마귀다. 도망도 안 간다. 



    콜롬비아 아이스필드를 지나 세계에서 유일하게(맞나?) 차량이 빙하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곳으로 가기 위해 사람 키만한 바퀴가 달린 설상차를 탄다.


    빙하 위에 도착하면 1시간 정도 자유시간을 준다. 


    빙하물도 먹어봤다. 왠지 오래 살 수 있을 것 같다. 하하. 오래 살아서 더 많은 곳을 보고 싶다. 




    꼬부랑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서도 자유여행으로 배낭메고 여행다니고 싶다. 그럴려면 영어공부를;; 



    산 위의 빙하가 떨어질 것 같이 서있다. 




    단지 파랗다는 단어로 빙하의 색깔을 표현하기 어렵다.  



    빙하투어가 끝나면 설상차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10여분을 달려 스카이워크에 도착한다. 



    한국어 오디오가이드가 있는데 별 도움은 안된다. 경치가 워낙 아름다워서 설명이 잘 들리지 않는다. 


    고소공포증이 있는지라 난간에 기대 덜덜 떨리는 몸을 이끌고 겨우 1/3만 갔다왔다. 그렇다. 난 쫄보다. 


    뭐 어쩌겠나. 이걸 이겨낸다고 스스로 대견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냥 이렇게 살련다. 그래도 1/3이 어딘가.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와 빵으로 간단한 점심을 먹고 두번째 숙소가 있는 캔모어로 간다. 


    만약 로또에 당첨이 된다면. 6개월정도 살아보고 싶은 동네다. 참 좋더라.  


    뭐 이런 생각으로 산을 내려오는데!! 차들이 서있길래 멈춰보니 산양이다!! 


    록키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본 야생동물다운 야생동물이다. 반갑다 이녀석들아!! 



    결혼과 동시에 유기견을 입양해 지금껏 함께 살면서 동물보호에 대한 생각이 강해졌다. 아니 강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이후로 여행을 다니며 동물 보호소 이외 동물원이나 수족관은 가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야생에서 자유롭게 노니는 동물들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가파른 언덕도 쉽게 뛰어다니는 신비한(?) 신기한 산양을 한참 구경하다 내려오는 길. 분명 올라왔던 길인데 내려갈 때의 경치는 사뭇 다르다. 



    또 차들이 서있다.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작은 오솔길로 한참을 들어가니 아름다운 강이 나왔다. 





    이제 더이상 지체하면 안된다. 산은 해가 빨리 지니까. 서둘러 캔모어로 향했다. 기름도 없다. 



    캔모어의 숙소는 이전 포스팅에서 침 튀기며 추천했으니 여기선 패스. 


    아침을 먹는데 갑자기 눈이 내린다. 폭설 수준이다. 


    일정을 바꿔야 하나 고민하는데 숙소 주인아저씨가 추천을 해준다. 존스턴 캐년 트레킹.


    점점 강해지는 눈발에 조심히 차를 몰아 존스턴 캐년으로 갔다. 


    가져온 판쵸우의를 입고 트레킹 시작. 





    주인아저씨가 왜 이곳을 추천했는지 금세 알 수 있었다. 내리는 눈과 경치가 어울려 환상적이었다. 





    존스턴 캐년 트레킹을 마치고 나니 갑자기 날이 맑아진다. 날씨가 변덕스럽다. 내 마음같다. 


    캐나다에서 생일을 맞이한 와이프를 위해 전날 예약해놓은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루이스 호텔의 에프터눈 티를 즐기러 간다. 



    캐나다에서 생일을 맞은 와이프를 축하하며. 



    차 중에서 아이스와인 맛이 나는 차가 있다. 정말 맛있다. 벤쿠버에서 그 차를 구입하려 했지만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페어몬트 샤토 호텔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레이크 루이스가 가장 예뻤다. 역시 돈인가. 



    소화를 시킬 겸 레이크 루이스 옆 빅하이브 트레킹 코스로 올라가는 길.


    산 위에서 보는 레이크 루이스의 색이 진짜 에메랄드 색깔이다. 이런 색을 티파니 블루라고 했나. 암튼. 



    생각보다 힘들고 사람도 없어 무서워 목적지인 아그네스호수까지 가지 못하고 내려와 밴프 시내 구경 후 또 하루의 밤을 보냈다. 


    밴프 시내에서 캐나다 구스 패딩을 팔길래 현지는 좀 저렴하나 싶어 가봤는데 한국보다는 저렴하지만 그래도 비싸다. 그 비싼 패딩을 중국사람들은 생수 사듯 사가더라. 역시 차이나머니다. 


    록키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에메랄드 호수로 향했다. 


    록키의 대부분의 호수에서 카누를 탈 수 있는데 가장 추천하는 호수가 에메랄드 호수라고 했다. 



    무슨 표현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호수 색과 빛이 그저 아름답다. 


    따스한 햇살이 쌀쌀한 바람의 기운을 막아줬고, 잔잔하고 맑은 물 속 수초 사이로 물고기가 오간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시간이다. 여행을 다녀온 후 가끔 이 날의 기억을 꺼내 서로 이야기한다. 


    의식하지 못하다가 불쑥 떠오르는 이 날의 행복함이 부부 모두에게 남았나보다.  



    카누 놀이를 끝내고 필드라는 작은 동네로 갔다.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 그저 우연히 들린 곳이다. 



    주유를 하고 잠시 기찻길 옆 작은 동네를 산책하는데 왠걸 동네가 참 소박하고 아기자기하다. 


    필드에서 하루를 묵는 여행자들도 많다고 했다. 식당이나 호텔은 못봤는데. 



    밴프로 가는 길 잠시 들린 Natural Bridge. 왜 유명한 걸까. 물론 경치는 아름답다. 그런데 저런 바위는 어디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강을 따라 Natural Bridge 위쪽으로 올라가면 더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다. 



    이젠 이름이 기억하지 않는 어느 호수. 호수가 예뻐 오랜 시간 호숫가에 앉아 이야기도 하고 물수제비도 뜨던 기억이 난다.   



    밴프로 돌아와 케이블카를 타고 산 정상으로 향했다. 


    케이블카가 내리는 곳에서 보이는 아래 사진의 길을 따라 산 정상으로 올라가면 밴프를 품은 록키산맥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시원한 경치다. 






    눈싸움도 하고 사진도 찍다 진짜 목적이었던 밴프 핫 스프링. 온천으로 갔다. 


    노천온천인 밴프온천은 가격도 저렴하고 일단 경치가 정말 아름답다. 


    내가 가봤던 온천 중(2019년 1월 현재. 하하) 가장 아름다운 온천이었다. 



    온천으로 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석양이 아름답다는 버밀리언 호수로 향했다. 


    시간을 맞춰갔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버밀리언 호수에 비친 석양을 보기 위해 자리잡고 있었다. 



    하. 진짜 아름답지 않은가. 해가 넘어가며 호수에 비친 산이 점점 빨갛게 물들어간다. 

     

    마지막 날의 숙소는 캔모어의 베스트 웨스턴 포카테라 인 호텔. 


    숙소를 3곳이나 잡은 이유는 가을 단풍철이라 숙소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기 때문. 


    어쩔 수 없이 묵게된 베스트 웨스턴 포카테라 인 호텔은 주차도 편하고 방도 넓고 시설도 깔끔하다. 


    침구도 편하고 벽난로가 있는 인테리어와 어메니티도 괜찮다.  


    다만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묵는 숙소인 듯 했다. 조식을 먹을 때 전쟁터에서 밥은 먹는 듯 했다. 뭐 마지막 날이니 참자. 어쩌겠나. 


    아침을 먹고 다시 캘거리공항으로 향한다. 록키의 아름다움을 품고 벤쿠버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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