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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 가버나움
    보멍 느끼멍 2019. 2. 7. 14:21

    (출처: 공식홈페이지) 


    2019년 2월 3일 오리CGV 아트하우스에서 봄. 


    한줄평 : 누구의 책임이라고 단정 짓고 분노하기에는.




    한 때 너무 아름다워 중동의 파리로 불렸던 레바논 베이루트의 어느 골목.

     

    전쟁, 싸움, 파괴, 마약을 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베끼듯 따라하는 아이들의 놀이를 비추며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바이올린 선율과 함께 영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주인공 자인(Zain Al Rafeea)의 모습이 나온다.

     

    부모조차 자인의 나이를 모른다. 그저 이빨을 보고 대략 12살이라 판정될 뿐이다.

     

    세상에 자신을 증명해줄 서류 한 장도 없다.

     

    집안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고, 부모의 불법적인 행위에도 자연스럽게 가담해야 한다.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을 멍한 눈으로 쳐다볼 뿐 자신의 세상과는 다른 세계의 일인 듯 무감각하다.

     

    그리고 자신을 태어나게 한, 여동생을 죽게 한 부모를 고소한다.

     

    고소당한 부모는 아마 수많은 자인을 세상에 낳아 책임을 지지 않는 수많은 부모와 국가를 상징하는 인물일거라 생각한다.

     

    더 이상은 스포이니.


     

     

    가버나움(Capernaum).

     

    종교가 기독교라면 구약성경에 자주 등장해 귀에 익은 이스라엘의 지명, 가버나움이 맞다


    예수님이 사랑했던 마을이자, 회개 없는 범죄로 저주받은 바로 그 마을이다.

     

    이 가버나움이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어떤 의미인지, 감독은 어떤 의미로 가버나움이라는 제목을 지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소돔보다 더한 저주를 받았던 그 의미가 맞지 않나 싶다.

     

    유추되는 제목의 의미처럼 레바논은 고통스럽고 혼란스러운 나라다.

     

    여느 아랍권과 달리 기독교와 이슬람의 두 종교가 두루 섞여있다. 개방주의와 근본주의가 섞여있는 복잡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 종교와 문화의 충돌이 오랜 기간 내전을 일으켰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수많이 아이들이 부모를 잃었으며, 수많은 아름다운 도시들이 폐허가 된 곳이다.

     

    인접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긴장이 계속되고, IS가 시리아에서 전쟁과 테러를 일으키면서 10만이 넘는 난민들이 레바논으로 몰려들었다. 그 안에서 자인이 태어난다.

     

    근본주의 이슬람이 아랍의 주된 세력으로 강해지면서 잘못된 율법의 해석이 실제로 자행되는 곳이기도 하다.

     

    피임과 낙태가 금지되며, 10살 정도가 된 여자아이는 부모의 동의하에 성인남성과 결혼을 시킬 수 있다.

     

    여기서 자인은 태어난다(실제 자인은 레바논이 아닌 시리아에서 태어난 난민이다).

     

    영화를 보며, 본 후 자연스럽게 욕이 튀어나오겠지만. 나도 그랬다. 불편한 영화였다. 

     

    자인의 부모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비난을 하는 것은, 이슬람이란 종교를 욕하는 것은, 자인의 고소로 사이다를 마신 것 같은 통쾌함(?)이나 그나마 살기 좋은 나라에 태어난 안도만으로 영화를 끝내버리는 것은 너무 단순한 태도가 아닐까싶다


    자칫하면 이 영화를 불행포르노로 몰아갈 위험이 있다.

     

    마치 실태고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이 영화에는 불행과 무책임, 폭력 속에서도 자인을 포용해주는 어느 난민 여성이, 피부색이 다른 난민 여성의 아이를 포용하는 자인의 모습이 나온다


    그 관계 안에서 갈등하는 자인의 눈빛에서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이 오간다.

     

    많은 생각과 감정들로 어려웠던 영화다. 




    영화를 본 분들과 공유할 수 있는 장면 중 하나. 


    난민 여성 라힐의 돈을 자인이 훔칠거라 예상했다. 한 치의 의심없이 그리 예상했다. 함께 영화를 본 순덕어멈도 그런 예상을 했었다고 했다. 


    내 행동이나 판단의 패턴일까? 선입견일까? 복선과 같은 영화기법에 대한 습관일까?  


    암튼. 영화가 끝나고 나서 자인에게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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