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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장으로 보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여행
    놀멍 걸으멍/2016 부다페스트 + 비엔나 2019. 2. 8. 11:07

    2016년 겨울. 이상하게 우울하고 슬픈 도시 헝가리 부다페스트 여행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어느 인터뷰에서 그랬다. 여행을 다녀오고 약 한 달 이상 지났을 때 그 여행에 대한 글을 쓴다했다.


    여행에 대한 생각과 느낌이 더 해져 숙성된 글을 쓸 수 있다했다. 


    난 무라카미 하루키도 아니고. 그냥 게을러서 늦게 쓴다. 그것도 2년이 훌쩍 넘어 가물한 기억에 의지해 써본다.


    암튼. 


    부다페스트의 우울함. 


    날씨탓도 있는 같다. 여행을 간 때가 한 겨울이니.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피아노 선율을 배경으로,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두꺼운 코트의 깃을 올린 채 부다페스트 어느 골목 검무스름한 건물 벽에 기대 담배라도 한 대 펴야 할 것 같은 분위기의 도시다. 


    다른 블로그에서도 우울함이 느껴졌단 글이 많은 걸보니 유독 나만 느낀 기분은 아닌 듯 하다. 


    생소한 나라 헝가리. 그 중에서도 화려함과 우울함이 잘 어우러져 있는 도시, 이름도 예쁜 부다페스트를 여행했다. 



    이때가 아마 폴란드 LOT항공이 국내 첫 취항을 했을 때였을거다. 


    취항 기념 할인을 받아 타 항공사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787드림라이너를 타고 기분 좋게 출발했던 기억이 있다.



    개별적으로 쓴 글들이 있어 이번 여행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간단히 적어본다. 



    폴란드 쇼팽공항을 경유 부다페스트공항에 도착해 보스콜로 호텔로 향했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뉴욕카페가 있는 호텔이다. 


    아무도 없는 이른 아침 뉴욕카페에서 조식을 먹고 싶었다. 단지 그 이유 하나. 하하. 



    호텔 외관도 아름답지만, 체크인을 하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보이는 뉴욕카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눈부실정도. 


    그동안 여행을 다니며 가봤던 실내 카페 중에는 아직까지 가장 아름다운 카페로 남아있다. 



    엔틱한 분위기의 넓은 방에 짐을 풀고 부다페스트의 중심 성베드로성당 앞으로 간다. 


    뉴욕카페에서 성이슈트반성당까지는 트램+도보로 약 30분정도 걸린다. 


    걸어가는 동안 계속 의아했다. 


    몇 시간 걸리지 않은 비엔나나 프라하와 비슷한 분위기임에도 여긴 뭔가 멜랑꼴리한 기분이 도시를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베드로성당으로 온 이유는 한국여행자에게도 유명한 루가스의 퇼퇴르를 먹기 위해.  



    조금 짠 듯 했으나 퇼퇴르도 맛있었고, 굴라쉬가 상당히 맛있었다. 불친절한 직원만 아니었다면 첫 식사의 시작이 꽤 괜찮았을 것 같다.  



    점심을 먹고 향한 곳은 우리나라의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비슷한 홀로코르스 기념센터(Holocaust Memorial Center)다.  



    비슷한 아픔을 경험했던 나라이기에 상처와 아름에 공감이 되며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



    더 우울해져버린 기분으로 기념관을 나와 오페라극장에 발레공연을 예매하러 갔다. 


    여행을 갔던 때가 크리스마스라 호두까기 인형 발레공연이 있어 예약을 하고 세체니 다리로 천천히 걸었다.  



    부다페스트 지하철역 역명 글자가 너무 예뻤다. 


    부다페스트 1호선은 유럽에서 두번째인가 세번째인가 암튼 굉장히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아직도 운영되는 오래된 나무장식의 지하철을 탈 수 있다.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보기 위해 세체니 다리로 간다.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오프닝에 나온 바로 그 다리다. 



    콧등이 에이는 강가의 칼바람을 맞으며 굳이 세체니다리를 걸어서 건넜다. 절로 이가 떨릴 정도로 추웠지만 왠지 걸어서 건너고 싶었다. 


    함께 한 순덕어멈만 고생했다. 


    세체니다리를 건너면 부다왕궁으로 올라가는 푸니쿨라를 탈 수 있다.



    부다왕궁에 올라 정원을 거닐며 부다페스트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첫 날의 밤을 보냈다.



    그렇게 원했던 뉴욕카페에서의 아침식사를 하고 짐을 챙겨 겔레르트 온천을 향했다.



    온천을 가기전 슬픈 이야기가 전해지는 동굴교회를 본 후 겔레르트 언덕을 올라간다. 겔레르트 언덕과 온천이야기는 이전 포스팅에 있으니 넘어가자. 






    온천을 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맛집을 검색해 영웅광장으로 갔다. 영웅광장에 올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식당이 영웅광장 공원에 있었다.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해 만든 광장으로 중앙의 탑 위에는 왕관을 든 천사 가브리엘이 있다.  



    구글맵이 식당 위치를 못 잡은 덕분에 공원 산책을 오랫동안 했다. 추웠다. 


    추운날씨에 얼어붙은 영웅광장 호숫가는 대형 스케이트장이 되었다. 타보고 싶었으나 식당을 찾는 것이 우선.



    가보고 싶었던 식당은 브레이크 타임이었다. 트립 어드바이저의 정보와 구글맵만 믿고 갔는데. 


    다시 1호선을 타고 오페라극장 앞 어느 식당에 들어가 좋은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다.





    소화도 시킬 겸 꽤 긴 거리를 걸어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잘 정돈된 유럽의 시장을 보는 재미는 늘 좋다.



    중앙시장에서 이어지는 바치거리를 걷다 저녁 발레공연 때문에 이른 저녁을 먹었다. 



    감만 믿고 들어간 독특한 인테리어의 식당은 비싸고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 다행이다 맛있어서.



    성이슈트반성당 앞 크리스마스마켓을 지나 오페라 극장으로 향했다.



    지금도 추운 겨울이면 생각하는 동유럽의 따뜻한 와인 스바쟉. 강한 향에 컥컥거리면서도 잘도 마시며 돌아다녔다. 




    오페라공연도 이전에 포스팅을 했으니 넘어간다. 발레공연 한줄평 : 눈이 호강이다. 


    두번째 밤을 보내고. 아침에 다른 호텔로 옮긴 후 유럽에서 가장 큰 유대교 회당인 시나고그로 향했다. 


    늦게 일어나기도 했지만 두번째 호텔을 찾기가 힘들어 오전의 꽤 오랜 시간이 사라져버렸다. 암튼. 

    시나고그에 들어가려면 입장권과 함께 나눠주는 종이로 만든 유대모자를 써야한다.  



    유대교 회당은 처음이었는데 유럽의 성당과는 다른 느낌이 있다.


    부다페스트는 다른 유럽에 비해 유대인비율이 높아 나치의 피해가 극심했던 곳이다. 


    특히 이 시나고그는 나치 시절 수용소였던 곳으로 수천명의 많은 사람들이 이 안에서 죽어갔다. 


    아직도 많은 유대인 묘지가 시나고그 안에 남아있고 회당 곳곳에 희생자의 이름이 적혀있다.  


    회당 중앙에는 울고 있는 버드나무로 불리는 시나고그의 상징이 된 작품이 있다. 금속으로 된 나뭇잎마다 희생자의 이름이 적혀있다. 



    시나고그를 나와 점심을 먹고 버스를 타고 어부의 요새로 향했다. 



    석양과 야경을 함께 보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머물렀다. 그리고 상당히 추웠다.


    어부의 요새에 있는 마차시 성당이 석양을 받아 참 예쁘더라. 그리고 상당히 추었다.



    많은 사람들이 석양과 야경을 보기 위해 어부의 요새로 올라왔다. 중국인 50. 한국인 30. 나머지 20정도 되는 비율이었다.



    야경만큼 석양도 아름다웠다.




    부다페스트가 야경으로 유명한 이유를 알겠더라. 아름답다. 


    다시 버스를 타고 밑으로 내려가 국회의사당까지 걸었다. 유람선은 추울 것 같았다. 바보같은 결정이었다. 


    국회의사당까지 걸어가는 다뉴브 강변의 칼바람은 무시무시했다. 그래도 아름다웠다. 




    국회의사당 앞 다뉴브 강변에는 여러 켤레의 신발들이 놓여져 있다. 


    유대인 희생자를 기리는 조각이다. 이 곳에서 나치들이 유대인의 신발을 벗겨 다뉴브 강으로 빠트려 죽였다고 한다.


    그 신발들 중에는 어린 아이의 신발도 있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다시 성이슈트반 성당으로 돌아오는 길. 트램을 탔어야 했다. 하지만 어디서 타는지 몰랐고. 또다시 추운 강바람을 뚫으며 걸었다.


    희안하게 고생한 여행이 기억에 남는다. 그럼에도 너무 추웠다. 


    만약 겨울 동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방한용품은 꼭 준비해야 한다. 


    한국에서 준비해간 핫팩이 없었다면 우리 부부는 다뉴브 강변에서 동사한 채 발견되었을 거다. 



    세번째 밤을 마지막으로 부다페스트를 떠나 기차를 타고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넘어갔다. 


    다시 글을 적다보니 카메라를 사야겠다. 핸드폰만으로는 내가 받은 느낌 전달에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적는 이유는 순덕어멈이 이 글을 보고 카메라를 사줬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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